싱가폴에 대한 내 기억의 한 편에는 늘 습한 바람의 냄새, 사람들의 땀 냄새와 그 요상한 쓰레기 냄새가 강렬하게 남아 있다.
나중에 이 곳에 살게 되면서 그것이 쓰레기 냄새가 아닌 두리안이라는 과일의 냄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매년 4월부터 6월 사이 싱가폴에 엄청난 더위가 찾아오면 두리안의 제철이 돌아온 것이다. 현지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에는 여기저기 두리안 가게가 등장한다.
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두리안 판매대.
모양부터 강렬하다. 싱가폴인들의 두리안 사랑은 몹시 유별난데 싱가폴의 유명한 콘서트홀인 에스플러네이드는 두리안 모양으로 설계되었다.

에스플러네이드의 외부는 두리안 껍질을 닮아 뾰족뾰족하다.
두리안은 '과일의 왕' 이라고 불리는 대표적인 열대 과일이다. 딱딱한 껍질을 벗기면 나오는 노랗고 부드러운 속을 먹는다. 과일 가게에서 손님이 두리안을 고르면 껍질을 벗겨 잘 포장해 준다.
1년 내내 두리안을 먹을 수 있지만 4-6월 사이에 나오는 말레이시아산 두리안을 최고로 치고, 이 시기의 두리안이 가장 달고 맛있다고 한다.
두리안은 우리 나라의 인삼과 비슷한 효능이 있어 몸을 따뜻하게 해 주고 건강에 좋다고 하는데, 특히 몸이 찬 여성들에게 이롭다고 한다. 또, 열성이 강해 밤에 두리안과 술을 함께 섭취하면 열이 너무 올라 잠을 못이룬다고 하니 주의해야 한다.
그런데 그 냄새가 너무 강렬해서 두리안을 든 사람이 잠시 스쳐지나기만 해도 한동안 잔향이 가시질 않는다. 버스나 지하철에 두리안을 들고 타는 것이 금지되어 있을 정도이다.
실제로 내가 두리안을 사가지고 오자 옆 집 아저씨가 두리안 냄새가 난다며 두리안을 사러 가기도 했다.
이 곳 생활에 익숙해 지면서 이제는 두리안 냄새가 정겹다. 콜드스토리지 같은 수퍼마켓에서는 먹기 좋게 포장해 놓은 두리안을 팔기도 한다.
식욕이 돋는 비주얼은 아니다. 가격도 과일 중 가장 비싼 몸값을 자랑한다.
동네 과일 가게에선 이 보다 훨씬 저렴하게 살 수 있다.
청국장에 꿀을 섞은 듯한 맛으로 호불호가 매우 갈리는 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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